다지랑 놀자♡
[도서] 이반 일리치의 죽음 본문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 中
- 그는 자기가 꾸민 응접실, 바로 그가 쓰러졌던 곳에 들어가 보곤 했다. 그 방을 위해, 그 응접실 장식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고 생각하면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 자기 병이 그때 떨어지면서 입은 타박상에서 비롯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 소파 등받이 쪽으로 얼굴을 돌린 채 누워 있을 때의 그 외로움, 북적거리는 도시와 수많은 지인 그리고 가족들 한가운데서 느끼는 외로움, 바다 밑에도, 땅속에도 그 외로움보다 더 큰 외로움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반 일리치는 이 끔찍한 최근의 외로움을 오직 과거의 상상 속에서 살며 버텨냈다. 과거의 그림이 하나씩 떠올랐다. 그것은 언제나 가까운 시간에서 시작해 가장 먼 시절, 즉 어린 시절로 이어져 거기서 멈췄다.
- 하나의 밝은 빛이 있었는데, 점점 더 어두워지고 점점 더 속도가 빨라졌다.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속도가 반비례하여 더 빨라지는구나.’
- 아내의 옷차림과 몸매, 표정, 목소리의 울림, 이 모든 것은 한 가지를 말하고 있었다. ‘이게 아냐. 당신이 살아온 것은 다 거짓이야. 삶과 죽음을 못 보게 만든 기만이지.’ 그리고 그가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증오가 일었고, 그와 함께 극도로 괴로운 육체적 고통이 들이닥쳤다.
- 갑자기 그를 괴롭히고 나오지 않던 것이, 별안간 한꺼번에 양방향으로, 열 방향으로, 온갖 방향으로 나온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들이 가엾다. 그들이 아파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그들을 구출하고 스스로 이 고통에서 벗어나야 한다. ‘얼마나 훌륭하고 얼마나 간단한가!’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통증은?’ 그는 자문했다. ‘그것은 어디로 가고 있지? 너는 어디 있니, 통증아?’ 그는 귀를 기울였다. ‘그래, 여기 있구나. 자, 통증을 내버려두지.’ ‘그럼 죽음은? 죽음은 어디 있나?’
- 그는 죽음에 대한 오랜 습관적인 두려움을 찾았으나 찾지 못했다. 그것은 어디 있지? 무슨 죽음? 더 이상 죽음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두려움도 없었다. 죽음 대신에 빛이 있었다. “그래, 그렇지!” 갑자기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기쁠 수가!” 그에게 이 모든 일이 한순간에 일어났고, 그 순간의 의미는 변하지 않았다. 거기 있는 사람들에게 그의 임종의 고통은 두 시간 더 이어졌다. 그의 가슴에서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그의 기진맥진한 몸이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끓는 소리와 쌕쌕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라앉았다. “다 끝났습니다.” 그의 위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마음속에서 되풀이해 보았다. ‘죽음은 끝났다.’ 그는 속으로 말했다. ‘죽음은 더 이상 없어.’ 그는 숨을 들이켰다가 뱉는 도중에 멈추고, 몸을 쭉 뻗고 생을 마감했다.
2024.8.14.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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