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지랑 놀자♡
[도서] 헤아림의 조각들 본문
헤아림의 조각들, 임지은 지음 중
• 우리는 여전히 같이 산다. 우리는 서로의 습관이나 취향을 공유한다. 우리는 서로의 가족을 챙기고 병원에 함께 가준다. 우리는 서로가 어디에서 무너지고 어디에서 일어서는지를 안다. 우리는 둘이어야만 가질 수 있는 감정이나, 그로 인해 마침내 혼자서도 해내게 되는 것들을 눈치챈다. 우리는 함께할 미래의 형태를 자주 고민한다.
• 우리의 미래가 가능해진다는 믿음.
• 추위는 사람을 그립게 하니 겨울에는 누군가를 만날 이유가 있는 셈이다. 반면 여름의 연인들은 저 땡볕 아래서도 나란히 서서 찌푸리지 않고 서로의 몸을 휘감는다. 늦은 밤 공원 벤치에서 더위에 아랑곳없이 물기 어린 살갗을 마주 댄다. 무너진 화장이나 부스스한 잔머리, 땀에 전 티셔츠를 잊은 채 상대의 체온에 미소 짓는 일. 그러다가 그림자로, 다시 그림자로 둘이 무언가를 공모하기 위해 숨어드는 일.
• 변해버린 지금 가끔 서로의 과거가 몽글몽글 그리워져도, 나는 기꺼이 내버려둔다. 그 역시 많은 부분을 내버려두는 걸 안다. 그런 게 두렵지 않은 걸 보면, 나도 변한 것이다.
• 사람은 아파하면서도 버텨냅니다. 사람은 최악을 면하고도 훼손됩니다. 사람은 훼손되고도 어떻게든 살아갑니다. 그것은 어딘가가 영영 망가진 대신, 무언가를 조금 더 이해하는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는 뜻입니다.
• 같은 노래를 부르면 누가 더 잘 부르고 못 부르는지 티가 나는데, 시는 안 그러네요. 꼭 음치가 없는 장르 같아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도 가수나 음치가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는 잘 모르겠는 문장이 자신에게 남긴 자국에 대해 노래하듯 말할 수 있었다.
• 우리가 타인을 품어내는 찰나와 기억을 내 안에 가지고 살지 않으면 정서를 동반할 수 없으며 그 상태론 개념이나 관념을 암만 쌓아봤자 말짱 도루묵이지롱, 그런 식으론 너는 안 똑똑하지롱, 같은 얘기를 하고 싶어서.
2023.8.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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